현재 인류가 사용하는 컴퓨터의 99%는 1945년에 제안된 ‘폰 노이만(Von Neumann)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CPU(연산)와 메모리(저장)가 분리되어 있고, 이 둘 사이를 버스(Bus)라는 통로로 데이터가 오가는 방식이다. 이 구조는 지난 70년간 컴퓨팅 혁명을 이끌었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치명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AI 연산은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CPU와 메모리 사이의 통로가 좁아 데이터 이동에 병목 현상(Bottleneck)이 발생하고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것이다. 슈퍼컴퓨터가 인간의 뇌보다 수만 배 많은 전기를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비효율을 타파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다시 인간의 뇌, 즉 생물학적 구조로 눈을 돌렸다. 바로 ‘뉴로모픽(Neuromorphic) 반도체’의 등장이다.
1. 병렬 처리의 극치: 시냅스 구조의 모방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뉴런(Neuron)과 100조 개의 시냅스(Synapse)로 연결된 거대한 병렬 프로세서다. 뇌에서는 기억과 연산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 시냅스 자체가 기억 저장소이자 연산 장치다.
뉴로모픽 칩은 이를 실리콘 위에 구현한다. 기존 반도체처럼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뇌세포처럼 전기 신호(Spike)가 들어올 때만 작동하는 SNN(Spiking Neural Network, 스파이킹 신경망) 방식을 사용한다. 데이터가 없을 때는 전력을 거의 쓰지 않기 때문에, 이론상 기존 칩 대비 전력 효율을 수천 배 높일 수 있다.
2. 폰 노이만 vs 뉴로모픽: 아키텍처 비교
기술적 차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두 아키텍처를 비교 분석한다.
- 폰 노이만 구조 (기존):
– 직렬 처리: 한 번에 하나씩 명령을 수행한다. 클럭(Clock) 속도를 높여 성능을 올리지만 발열이 심하다.
– 분리된 구조: 메모리에서 CPU로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에서 에너지의 70% 이상이 낭비된다. - 뉴로모픽 구조 (차세대):
– 병렬 처리: 수만 개의 코어가 동시에 작동한다. 낮은 클럭으로도 엄청난 연산량을 소화한다.
– 통합된 구조: 연산 소자(뉴런) 바로 옆에 메모리(시냅스)가 붙어 있어 데이터 이동 거리가 ‘0’에 가깝다.
3. 엣지 AI(Edge AI)의 심장이 되다
뉴로모픽 칩이 가장 먼저 장악할 시장은 데이터센터가 아닌 ‘엣지 디바이스(Edge Device)’다. 스마트폰, 드론, 자율주행차, IoT 센서 등 배터리 제한이 있는 기기에서 서버 연결 없이 즉각적인 AI 판단을 내리기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로이히(Loihi)’,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삼성전자의 뉴로모픽 연구는 모두 이 지점을 향하고 있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AI, 즉 On-Device AI의 실현은 뉴로모픽 기술의 성숙도에 달려 있다.
Conclusion
반도체 역사는 ‘집적도(Density)’의 역사였으나, 미래는 ‘효율성(Efficiency)’의 역사가 될 것이다. 실리콘 칩이 인간의 뇌를 닮아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뉴로모픽이 제시하는 컴퓨팅의 미래다. 우리는 지금 계산기(Calculator)에서 진정한 의미의 인공지능(Artificial Brain)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