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패권 전쟁의 승자는 ‘전력 회사’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챗GPT에게 “재미있는 이야기 해줘”라고 가볍게 입력하는 그 순간, 지구 어딘가에 있는 서버실에서는 엄청난 열이 발생합니다. 놀라운 사실 하나 알려드릴까요? 구글 검색 한 번에 들어가는 전력보다, AI가 답변 하나를 생성하는 데 드는 전력이 무려 10배에서 30배나 더 많다고 합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전기 먹는 하마’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빅테크 기업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 막대한 전기를 어디서 끌어오지?” 태양광이나 풍력만으로는 24시간 돌아가는 데이터센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빌 게이츠와 샘 알트먼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가장 작고 안전한 원자력’, SMR(소형 모듈 원자로)입니다.
1. 태양광은 밤에 멈추지만, AI는 멈추지 않는다
친환경 에너지라고 하면 보통 태양광이나 풍력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간헐성(Intermittency)’입니다. 해가 지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발전이 멈추기 때문이죠.
데이터센터의 조건: 기저 부하(Baseload)
AI 서버는 1초도 멈추면 안 됩니다. 365일 24시간 내내 일정한 전압으로 끊임없이 전기를 공급해 줄 수 있는 에너지원은 사실상 화력발전과 원자력뿐입니다. 하지만 탄소 배출 문제로 화력발전을 늘릴 수는 없으니, 남은 답은 원자력 하나뿐인 셈입니다.
2. 공장에서 찍어내는 원자력 발전소, SMR
하지만 우리가 아는 원자력 발전소는 짓는 데 10년이 걸리고, 폭발 위험 때문에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등장한 기술이 SMR(Small Modular Reactor)입니다. 쉽게 말해 ‘미니 원전’입니다.
- 모듈형 제작: 거대한 돔을 현장에서 짓는 게 아니라, 공장에서 부품을 다 만들어서 트럭으로 실어 나른 뒤 조립만 하면 됩니다. 건설 기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죠.
- 안전성: 기존 원전의 100분의 1 크기입니다. 냉각수가 멈춰도 자연적으로 식도록 설계되어 있어,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같은 대형 사고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받습니다.
- 입지 선정: 크기가 작아서 데이터센터 바로 옆이나, 전력이 많이 필요한 공단 근처에 지을 수 있습니다. 송전탑을 길게 세울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3. “소프트웨어 회사가 발전소를 산다고?”
이 흐름은 이미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40년 된 원자력 발전소를 재가동시키는 계약을 맺었고,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SMR 스타트업 ‘오클로(Oklo)’와 핵융합 기업 ‘헬리온 에너지’에 막대한 개인 자산을 투자했습니다.
아마존(AWS) 역시 원전 근처의 데이터센터 부지를 9,000억 원에 사들였습니다. 이제 빅테크 기업들에게 ‘에너지 자립’은 AI 기술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생존 과제가 된 것입니다. 칩이 아무리 좋아도 전기가 없으면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니까요.
4. 마치며: 코드를 넘어 원자(Atom)의 세계로
지금까지 IT 산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비트(Bit)’의 세계였습니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물리적인 ‘원자(Atom)’의 세계, 즉 에너지 산업과 강력하게 결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AI의 발전 속도는 ‘누가 더 효율적인 칩을 만드느냐’와 ‘누가 더 깨끗하고 싼 전기를 확보하느냐’, 이 두 가지 변수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SMR 기술이 상용화되는 2030년, 데이터센터의 풍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겁니다. 굴뚝 없는 발전소가 서버실을 지키고 있을 테니까요.